[칼럼] 병원 3.0시대의 도래, 누가 데이터 중심 의료환경의 승자가 될 것인가

2022.03.08 최고관리자
보도자료 165

[칼럼] 김경철 강남메이저병원 경영원장(COO)·이원다이애그노믹스 최고의료책임자(CMO)

[메디게이트뉴스] 1990년대까지 만해도 대한민국의 의과대학 서열은 정해져 있었다. 원톱(One top) 서울대 의과대학 병원을 선두로 세브란스 병원과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서울성모병원), 그리고 그 다음은 각 지역의 국립대병원 순이었다. 특히 경북대병원이나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처럼 광역시에 있는 주요 국립대병원은 오랜 전통과 지역 중심의 동문들의 동반성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거점병원의 전국적 분할이 이뤄지던 시기였다.

그런데 2000년부터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의료원(삼성서울병원)의 등장으로 기존의 질서는 일거에 흔들렸다. 기업의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호텔 수준의 병원 시설과 함께 병원 내 수준 높은 식당이 들어왔을뿐 아니라, 진료실의 모든 환경이 고객 눈높이에 맞춰 환자 친화적인 서비스 중심의 '병원 2.0 시대'를 열었다.

이전 환자들은 열악한 병원 환경과 다소 권위적이고 심지어 불친절해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환자들은 화려하고 깨끗하면서도 고객들을 향해 깍듯이 인사하며 맞이하는 새로운 병원 서비스에 눈을 돌렸고, 신생 의대들의 대학병원에 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때마침 새병원으로 탈바꿈을 한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이 살아남아 소위 말하는 '빅5병원'의 시대가 됐다.

서울대병원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지켜왔던 원톱에서 빅5중 하나로 밀려난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KTX, SRT 등 고속철도의 연이은 개통으로 지방의 많은 환자들이 이 빅5병원으로 쏠렸고, 전국 환자의 0.1%도 보지 않는 이 5개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의 3분의 1, 전국 병의원 총합의 8% 진료비 실적을 내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 중심의 병원은 빅5병원으로만 국한한 것이 아니다. 모든 상급종합병원들이 앞다퉈 서비스 중심의 진료를 표방했고, 대학병원 뿐 아니라 2차 전문병원, 1차 의원들까지 이제는 대기실부터 진료 시스템까지 환자 눈높이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21년, 새로운 병원 3.0 시대가 도래함을 느낀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정부는 지난해 데이터 중심 병원 20개를 선정했다. 그 중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과 함께 부산대병원이 주관 병원으로 선정됐다. 각 주관병원은 다시 다른 상급병원들과 컨소시움을 구성했는데, 여기에는 총 20개의 대학병원과 국립병원들이 참여했다.

데이터 중심병원은 대형병원에 이미 집적된 의료 데이터를 활용, 데이터 기반 의료기술 연구, 신약·의료기기·인공지능(AI)개발 등을 지원하기 위한 선행연구에 해당된다.

정부가 제공하는 주된 예산은 주로 각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클라우딩 등 플랫폼화하는데 비용이 들며, 아직 소비자들까지 체험할 정도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곧 병원의 의료 데이터와 유전체 포함 정밀 데이터, 그리고 소비자들의 라이프로그 데이터들이 융합해 개인맞춤의료가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병원들이 표준화된 치료를 제공했던 기존의 병원 버전을 벗어나, 이제는 한 병원 내에서도 환자별로 맞춤형 치료를 하는지가 병원의 생존과 연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치료 영역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다. 이젠 병원을 넘어 개인의 질병 예방과 관리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는지가 병원 평판의 주된 기준이 될 것이며, 대학병원 뿐 아니라 개인 의원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중심의 의료 환경으로 바뀔 것이다.

새로운 '톱(top) 10병원'을 향한 각축이 시작됐다. 누가 승자로 남을까? 나는 의사결정이 단순하고 창의적 사고가 기존의 보수적 의료환경을 뚫을 젊은 병원들에게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학병원 뿐 아니라 2차 전문 병원들과 1차 의원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기반의 맞춤 진료 행위가 대세를 잡으면서 새로운 맞춤형 CDSS(Clinical Decision Supporting System)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데이터 3법을 통해 의료 데이터의 자유로운 활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시장도 새롭게 PHR(Personal Health Record)과 연동하면서 진료실 밖으로 의료를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 이어지는 칼럼을 통해 의료데이터 그 중에서 특별히 유전체 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 데이터 중심으로 의료계가 어떻게 바뀔 것이고, 급변하는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와 임상 지침들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작은 소고를 연재하고자 한다. 이미 미래의학은 시작됐고, 새로운 병원 3.0 시대의 도래를 열린 마음으로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출처 : 메디게이트뉴스